몇년 전, 미국을 방문했었을 때의 일이다. 시카고 시내의 한 미술관에 차를 몰고 갔는데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차도에 있는 유료 주차를 이용한 적이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스트릿 파킹이라고 하는 이 주차 시스템의 경우 오후 4시부터는 주차공간이 차도로 바뀐다는 점이다. 주차를 한시간은 오후 2시, 남은 2시간이면 충분히 볼일을 보겠지 하는 생각에 주차를 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주차장소에 도착한 시간은오후 4시 5분. "5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괜찮겠지" 하지만 이는 너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내 차 유리창에 주차위반딱지가 떡하니 붙어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그 5분의 시간때문에 주차위반딱지를 붙인 것에 서운한 마음이 든 게 사실이지만 어쨌든 그 이후 나는 아무곳에나 주차를 하지 않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엄격했던 미국의 주차 시스템이 갑자기 오늘 떠올랐다. 그리고 현재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차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도 생각해봤다. 이면도로마다 인도인지 주차장인지 분간못할 정도로 가득 찬 차량행렬, 심지어 코앞에텅빈 공영주차장을 놔두고 기필코 집앞에 세우려는 사람들,이 모든 것들이 불과 몇미터를 걷기 싫은 마음에서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제주도에 있는 자동차를 일렬로 세우면 일주도로를 12바퀴를 돌아야 한다고.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섬이라는 한정된 제주의 지역적 한계를 감안할 때 머지 않아 자동차로 인해겪어야 할 교통 및 주차난 심화 등으로 최악의 교통 환경이 도래할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자동차에 치여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 도로에 버젓이 주정차해놓은 자동차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와도 비켜줄 수 없는, 아니 비켜주려고도 하지 않는 자동차들… 숨이 막힌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나? 이제는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방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인 것 같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면 너무 늦지 않겠는가? 지난 2004년 차고지 증명제 관련 법령이 제정된 이후 제주도에서는 차고지 증명제를 전체 지역, 모든 차량으로 확대하려 준비중이다. 이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왕하는 김에 엄격한 조치와 강력한 제재로 차고지 증명제가 활성화되길 기원한다. 차고지 증명제는 단순히 차량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로 운행을 불편하게 하는 불법주정차, 골목안 이중 주차로 통행
우리 집에서는 내 차와와이프 차, 두 대가 운행되고 있다. 내 차는 출퇴근용으로,와이프 차는 시장보기와 아이들 픽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제기되는 대중교통 활성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니 문득 "나에게 차가 꼭 필요하고 절실한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에 차를 두고 버스를 자주 이용해보았다. 물론 아직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일단 교통버스만 사용하면 되서 굳이 잔돈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환승 할인도 어디서나 적용된다. 거기에 전용차선이 생긴 덕에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가 훨씬 빠르다. 그런 생각이 든다. 자차를 이용하는 편리함의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예전에는 차가 없이도 아무런 불편없이 잘 살았다. 소득이 늘며 고급차에 대한 욕망이 생기며 오히려 차를 모시고 다니게 됐고, 내 삶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갔다. 하지만 뚜벅이로 돌아가보면 내게는 양손의 자유와 차량 이동시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아침저녁으로 걸어서 이동하며 별도의 운동 없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버스 안에서, 걸어가면서 바라본 세상의 아름다움과 마음의 평화는 덤이다